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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밥상을 나누는 생명밥차 이야기(5)_ 2023년 하반기_ 서울 종로 숭인1동

등록 : 한살림재단, 등록일 : 2023년 11월 29일, 열람 : 703

숭인1동사랑방 ‘음악이 있는 밥상’ 생명밥차 활동현장 이모저모

서울 종로구 숭인1동에 자리잡고 있는 숭인1동사랑방 수수헌. 사랑방이라는 이름 그대로 그곳은 매일 많은 지역주민들이 드나드는, 특히 나이 65세 이상 마을 어르신들이라면 그야말로 하루에 한 번씩은 들르고 싶은 곳일 듯합니다. 복지관에 나가야 접할 수 있는 휴대폰활용법 같은 것도 배울 수 있고, 각자 더 이상 입지 않게 된 옷들을 내놓아 저렴하게 팔고사는 알뜰장터가 상시 열리고, 꼭 필요한 생활소품들을 공동구매하기도 합니다. 딱히 다른 사람들에게는 도움을 청하기 곤란했던 현관문 수리 같은 집안일도 도움을 요청하는 메모판에 적어놓으면 가능한 사람들이 얼른 도움의 손길을 전해옵니다.

그리고 1년 전쯤부터 한 달에 두 번 정도 밥도 함께 나눠먹고 있습니다. 사랑방을 이용하는 어르신 중에 1인 가구가 대다수인데 아무래도 기력이 달리니 혼자 밥 차려먹는 일도 때로는 버겁고 귀찮은 일로 느껴져 부실한 식사를 할 때가 많아 큰 호응 속에 진행 중입니다. 그런 밥나눔도 모두 어르신또래 중에 음식솜씨 있고, 체력도 가능한 분들이 나서서 자원활동으로 참여합니다. 그렇더라도 여러 명이 한 번에 먹을 음식을 마련하는 일 자체가 큰 부담인 건 사실이고, 특히 식재료 비용 때문에 엄두를 내기 어려웠지만 하자고 마음을 먹으니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직접 먹어보니 여느 집밥보다 훌륭하고 정성도 담뿍 담겨 있었습니다. 그 마음이 자연스레 사람들에게도 전해진 탓인지 “집밥같다”는 평이 제일 많습니다. 후식 과일도 국도 꼭 챙겨 차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은 탓입니다. 거동이 불편해 와서 먹을 수 없는 열한 명에게는 또래분들이 직접 집으로 도시락을 가져다 드리기도 합니다.

그간 여러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지금으로서는 재정적인 부담이 제일 큽니다. 콩나물만 해도 예전에는 2,500원에 살 수 있었던 것이 이제 동네에서는 5,800원까지도 올라 장바구니수레를 끌고 제기동까지 오고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 결국 3,500원에 구입을 하는 상황. 시장에서 산 식재료들을 들고 계단과 오르막길을 만날 때는 힘이 들지만 택시를 탈 수는 없어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면 지하철역까지 마중 나가서 밀고 끌고 옵니다.

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밥먹고 나서 유튜브 반주에 맞춰 노래부르기를 함께 하며 여흥을 즐기는 것이 하나의 완결된 프로그램. 그래서 이 밥나눔은 ‘음악이 있는 밥상’이라고 이름 붙여졌습니다.  이 분들이 처음 모이게 된 것은 질병관리청이 주관하여 진행 중인 ‘소지역건강격차해소사업’으로, 덕분에 활동을 지원해줄 활동가 한명이 배치됐습니다.

방문해서 이야기를 듣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전적으로 바라지 않고 주체적으로 공간을 꾸려가려는 노력들이 눈에 띕니다. 밥을 함께 먹은 후 형편껏 자유롭게 낸 밥값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크게 부족한 형편이라 생명밥차에 문을 두드리긴 했지만 앞으로 재정적으로도 자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두 번 이상 더 자주 함께 밥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이 분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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