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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밥상을 나누는 생명밥차 이야기(1)_ 2024년 하반기_ 서울 도봉

등록 : 한살림재단, 등록일 : 2024년 10월 02일, 열람 : 79

“함께 밥을 먹는 이 순간의 의미”

우리 사회의 미래 주역인 청년세대는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약자일 수 있습니다. ‘88만원세대’라는 상징이 등장한 지 이미 오래여서 정부에서도 이런저런 청년지원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형편은 그다지 좋아지지 않은 듯합니다. 운 좋게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어엿하게 사회초년생으로 편입하는 사람도 상대적으로 소수이고, 치솟는 물가나 상대적 빈곤감도 더해 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처지인지 모릅니다. 일단 밥만이라도 좀 마음 편하 게 먹을 수 있도록 종교계를 비롯해 사회각계에서 나서서 청년들이 저렴하고 안전하게 식사할 수 있는 ‘청년문간’과 같은 공간을 몇몇 지역에서 운영하기도 합니다.

서울 도봉구에서는 대상을 좀 더 늘려 청년뿐만 아니라 사회 외곽에서 고립되고 있는 장년층들도 마음 편하게 찾아와 한 끼 식사를 나눌 수 있는 착한 식당, ‘마루’의 문을 열었습니다. 메뉴는 문간과 같이 김치찌개 한 종류. 물론 다양한 토핑을 추가해 좀 더 다채롭게 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마루 공간은 지역사회 내 뜻있는 단체 여럿이 힘을 합해 마련했는데, 한살림북서울생협도 그 중 하나입니다. 한살림 유기재배쌀 1톤을 기부해 연중 순차적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해 갓 도정한 쌀로 맛난 밥을 제공합니다.

마루의 살림을 주관하고 있는 도봉시민회에서는 단순히 밥만 먹고 가는 것이 아니라 자력으로 식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 요리역량을 기르는 요리교실을 기회 될 때마다 진행하고 있는데, 하반기에 기획한 3차례의 요리강좌는 한살림재단의 생명밥차 지원사업 덕분에 가능해졌습니다.

추석을 며칠 앞둔 지난 9월 12일에는 ‘송편 만들기’를 주제로 그 첫 번째 강좌가 진행됐는데, 참가자들은 평소 식당을 이용하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도봉시민회와 지역 내 1인가구자립지원센터에서 강좌 진행안내를 듣고 참여했다고 합니다. 강사로 나선 이는 지역에서 오랜 동안 활동해온 한살림북서울 백우란 식생활활동가. 미리 내온 쌀가루에 단호박과 쑥가루로 색을 내고 뜨거운 물로 익반죽을, 그리고 달큼하고 고소한 깻가루로 소를 넣어 만드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청년과 장년 참가자들이 옹기종기 앉아 하나하나 예쁘게 송편을 짓는 모습을 보자니 예전 마을잔치의 모습이 이러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상반기에는 자체 재원을 끌어모아 간단히 열무김치를 담그는 방법을 배웠다고 하는데, 이후 10월엔 고추장을 간단히 담는 방법을 배우고, 11월에는 함께 김장담그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떡이나 김장 등을 이후에 1인가구가 혼자 직접 척척 해내기 어려울 수 있지만, 다른 것보다 이렇게 함께 요리를 하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즐겁게 어울리며, 맛있는 음식을 함께 만들고 그것을 나누어 가지며 두고두고 그 일을 기억하는 순간만큼은 혼자라는 고립감을 떨쳐버릴 수 있을 테니까요.

착한식당마루에서의 밥상도, 여기에 모여든 이들의 혼자밥상도 따뜻한 온기 속에 차려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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