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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밥상을 나누는 생명밥차 이야기(4)_ 2023년 하반기_ 서울 대학동

등록 : 한살림재단, 등록일 : 2023년 11월 14일, 열람 : 795

(사)길벗사랑공동체해피인 생명밥차 활동현장 이모저모

흔히 고시촌으로 불리던 서울 관악구 대학동은 예전 사법고시제도가 있던 시절, 합격을 목표로 고시준비에 집중하기 위해 모여든 청년들이 지역거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역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법학대학원(로스쿨)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사법고시제도가 바뀌면서 저마다 새로운 목표를 찾아 하나둘 그곳을 떠났는데, 집안형편이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도전을 계속하지 못 하게 됐으나 선뜻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습관처럼 살던 대학동에 계속 남아 살아가는 사람들 외에 외지에서 홀로 살던 사람들도 하나둘 모여들어 대학동은 유례없이 1인가구가 전체 인구의 77%나 차지한다고 합니다.

고시원은 원천적으로 조리가 불가능한 구조와 조건이고, 조리조건이 좀 더 나은 집에 산다고 해도 요리는 낯선 영역이었던지라 이들의 식생활은 외식(매식)에 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건강마저 허락하지 않아 취업을 할 수 없게 돼 경제사정이 나빠지면 그마저도 정상적인 식사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지요.

그런 상태에서 두문불출하며 세상과 점점 고립돼 가는 청장년들을 일단 집밖으로 나오게 해서 따뜻한 밥 한 끼 나눠야겠다고 처음 (사)길벗사랑공동체해피인을 만든 박보아 대표는 생각했다고 합니다. “지인의 도움으로 얻은 공간에서 스무 명 정도에게는 밥나눔을 할 수 있겠다 싶어 시작했는데 웬걸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거예요. 그래서 가까운 성당 신부님과 교인들의 도움으로 식사준비를 같이 할 자원봉사자를 꾸리고 후원을 받아 현재까지 계속해오게 됐지요.”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 공간에서 함께 식사를 하면 좋겠지만 코로나19를 거치고 공간상황을 고려해 도시락용기에 밥, 국, 반찬을 담아가도록 하는 현재의 방식이 정착됐습니다. 용기는 밥에 반찬 세 가지, 국을 따로 담을 수 있어 마련해 그렇게 제공합니다. 용기에 한 끼 분량이 넘는 음식을 받아가 나눠먹을 수 있으니 나눔을 받는 사람들도 좋아합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처음 서너 번 정도 눈에 익어 고정적으로 오는 사람으로 확인되면 안전하고 튼튼한 도시락용기를 전용가방과 함께 제공해서 깨끗하게 씻어 오기만 하면 됩니다.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려움은 끝도 없이 많았던 듯합니다. 여전히 조리공간도, 대기하는 공간도 열악해 자원활동가들이 여름엔 뜨거운 날씨 속에 뜨거운 가스불과 싸움하듯 조리를 하고, 식사를 제공받는 사람들도 눈과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대기를 해야 합니다. 박보아 대표는 조리를 돕다가 양쪽 어깨가 번갈아가며 상하게 돼 일정 기간 일을 할 수 없기도 했답니다. “그보다 일주일에 세 번, 약속된 배식을 해야 하는데 식재료비를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게 제일 걱정이에요. 지난 추석 때는 120명이 넘는, 역대 최고로 많은 사람들이 왔을 정도로 갈수록 식사인원이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그만큼 먹고살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거겠죠.”

박보아 대표가 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밥나눔만은 아닙니다. 밥을 나누면서도 심리적 상태는 어떤지 세심하게 묻고 앱으로 자료를 모아 혹시 갖고 있을지 모를 좌절감과 우울감을 털어낼 수 있게 지역 내 복지기관과도 협력해서 이런 저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일단 사람들을 방안에서 끌어내는 방법으로 밥나눔을 시작했지만, 이들이 조금이라도 삶의 의욕을 갖고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도록 자조모임도 만들어 지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박보아 대표가 주민조직가훈련교육을 받은 것도 그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입니다.

밥나눔에서부터 공동체의 문제해결을 시 작한다는 것, 그것이 생명밥차가 지향하는 것이라 해피인의 앞으로의 활동에도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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