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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밥차이야기_2026년_꿈마을공동체 작은숲 (노원구 공릉동 어릔이식당)

등록 : 한살림재단, 등록일 : 2026년 08월 05일, 열람 : 347

크게 시작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시작하자

5월 9일 어린이식당 부스가 열리는 공릉중학교 일대가 왁자지껄하다. 14번째 와글와글어린이잔치에 학교 운동장 둘레를 다양한 부스가 가득 채웠다. 청소년, 책방, 도서관, 주민모임, 생협, 시민사회단체, 교회, 성당, 정당 등 다양한 세대와 주체들의 개성 가득한 부스, 가족단위로 펼친 알록달록 벼룩시장 등 다양성과 규모, 아이들 공연과 놀이, 흥겹게 뛰노는 아이들 모습에 절로 흥이 돋는다.
노원이 이렇게 재밌게 사는 동네였나? 이런 마을 공동체 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6월 어린이식당을 다시 방문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어릔이(어린이+어른의 합성어)식당 작은숲을 운영하는 꿈마을공동체는 노원구 공릉동의 마을교육공동체협동조합이다.
시민과 지역 단체들이 다정한 만남과 느슨한 연대 속에서 작지만 소중한 일들을 찾아서 14년 째 지속하면서, 마을의 모든 아이들이 단단하고 당당하게 성장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어릔이식당 작은숲 운영위원회는 한 달에 한 번 마을 어른들이 어린이식당을 열어 어린이청소년과 지역주민이 함께 식사하며 관계망을 형성하도록 중간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생명밥차 지원사업으로 어린이식당을 두 번 운영했다. 첫 번째는 공릉중, 공릉초, 태릉초 학부모회 연합으로 와글와글어린이잔치에 온 아이들이 주먹밥을 만들어 먹도록 준비하고, 두 번째는 꿈마을공동체와 사랑의손맛협동조합 주관으로 유부초밥과 닭강정 등을 만들고, 인근의 3개 대학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서 아이들 식사를 도왔다.

작은숲 운영위는 어린이식당운동에 다양한 지역커뮤니티가 참여할 수 있게 공을 들인다. 이번 생명밥차 식재료 지원으로 평소 관심있으나 재정부담으로 참여 못한 협동조합들과 학부모회에 권유하기가 좀더 수월했고, 대학생봉사자도 합류해 173명의 아이들과 맛있는 밥으로 함께 어울리고 교류했다. 처음엔 낯설지만, 만남이 반복되고 함께 밥을 만들고, 아이들의 웃음을 바라보는 시간이 쌓이면서 경계가 허물어진다. 이렇게 어린이식당을 만들어왔다고 한다.

마을교육공동체운동과 어린이식당운동을 제안하고 뒷받침해주는 이승훈센터장(공릉동청소년문화정보센터(공터))에게 공터를 중심으로 지역공동체가 형성된 과정과 어린이식당운동 철학과 운영방식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초기에 지역문제를 맞닥뜨리면서 오히려 공터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 것 같다. 2008~2009년 태릉성당 납골당 설치를 둘러싸고 주민과 성당, 행정기관 간에 심각한 갈등과 불신을 겪고, 지역사회 전체가 상처를 입고 지역을 떠나고 싶어할 지경일 때, 공공시설로써 끊어진 관계를 다시 잇는 공간, 화해의 장이 되고자 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만들기보다 사람들이 다시 만나고 이야기하며 신뢰를 회복하는 장이라는 믿음을 가졌다고 한다.

지역의 힘과 사람의 힘을 믿고, 먼저 믿어주고, 자리를 내어주자 사람들이 책임을 느끼고 함께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에게 기획을 맡기고, 운영을 결정하게 하고, 공공은 뒤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서툴러도 시간이 흐르면서 주민들이 도와주는 사람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이 된다. 크고작은 문제, 잡음도 있지만 좋은 일을 펼쳐간다는 믿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는 과정에서 어른도 성장한다.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문제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다.

어린이식당도 이렇게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어린이식당은 결식아동 무료급식이 아니라, 아이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다시 연결되는 운동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관심을 갖는 존재이고, 음식도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매개다. 아이와 밥상을 매개로 부모와 이웃, 상인과 종교단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경험 속에서 공동체가 조금씩 회복된다. 지역사회를 넓게 만나고, 커뮤니티의 문을 두드리고, 살아가는 공동체 안에서 헌신할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태릉성당이 같이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16년이 걸렸다고 한다. 참여 요구나 설득 대신에, 부단히 소통하고 연결하려는 노력, 신뢰를 먼저 주고 견디는 시간은 말이 쉽지 지치기 마련이다. 서로를 진심어린 환대로 맞이했을 순간이 뭉클하게 전해진다.

느슨하게 연결된 사람들이 필요할 때 함께하고,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여백을 만드는 일. 그래서 공동체는 강한 통제보다 낮은 울타리가 필요하고, 누구나 들어올 수 있고, 누구나 머물 수 있으며,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어린이식당 작은숲 운영위에 참여하는 이미수(한살림북서울 노원지구장)의 “작은숲 운영위는 참여자도 많은데 너무 설레고 즐겁고 편하다”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해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밥을 먹고, 서로를 알아가는 경험들이 쌓여서 마을공동체가 되어간다. 동네아이를 위해 시간을 내고, 활동에 이웃을 초대하는 등 어른들이 함께 마을을 돌보는 모습 속에서 아이도 어른도 함께 성장한다.
“어린이가 가진 힘은 세상을 연결하는 힘”이라는 말의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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